불편을 없애기 위해 갖춰진 시스템들은 또 다른 불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별수 없이 사람의 손과 시간을 낭비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심할 땐 성격이 변할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저는 최근에 인터넷 집전화를 설치하고자 했습니다. 행사 기간이라 세 가구가 동시 가입하면 각자에게 전화기를 무료로 준다더군요. 게다가 자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쓰고 있으면 인터넷 이용료의 10%를 할인 해준다 하였습니다.
첫날 인터넷을 통해 가입 버튼을 눌렀다가 웹브라우저의 오류로 창이 닫혔습니다. 가입 완료라는 문구를 보지 못했기에 다시 가입을 하였지요. 제대로 가입 완료라는 메세지창이 떴습니다.
혹시 싶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고자 했으나 비업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추천정보도 입력 하였습니다.
결국, 이틀 후 저는 두대의 전화기를 받았습니다.(>.<) 중복 가입이 되었던 것이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나머지 한대를 반품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전화를 걸고 택배를 맡길 것을 생각하니 무척 귀찮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가입했던 정보를 보니- 하필 반송한 전화기 번호에 대해 두사람의 추천이 달려 있더군요. >.< 참 어지간한 시스템인지라 취소나 삭제/이동 메뉴도 없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삭제 요청을 할 요량으로 현재의 전화번호에 두분을 다시 추천 입력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해당내용을 말 했더니 추천되는 당사자들이 직접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취소신청을 해야 한다는 군요. >.< 후아... . 그래서 그 지인분들께 반송했던 전화번호 A를 가르쳐 드리면서 그 A번호에 대해 가입은 거부하고 'B번호에 대해 가입한다'라는 말을 전하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더 황당한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인터넷 요금 10% 할인'을 받기 위해서는 따로 인터넷 고객센터에도 전화를 넣어 '집전화 가입을 했다'라는 전해야 한다는 고객센터의 얘기 였습니다. 이무슨!!!!!!!!!!! 결국, 지인분들에게 해당 내용을 전하기 위해 또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제 정말 끝인줄 알았습니다.
역시 끝이 아니더군요. 고객센터는 기존 집전화 번호의 표시를 유지하려면 기본요금에 1000원을 더 내는 정도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원래는 이 인터넷 전화를 설치하면서 그 '기존 집전화'는 해지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천하였던 지인 중 한분이 고객센터에서 걸려온 가입여부를 묻는 전화에 가입자 개인정보를 모두 다~ 응답하고 나서는 마지막에 이에 관한 질문을 하나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기존 집전화는 해지해도 되는 것이냐?" 고...
헌데, "해지 할 경우 집전화 번호 표시가 안된다"라고 답을 했다는 군요. ㅡ.ㅡ;;
이때문에 열이 뻗쳐, 결국 모든 신청을 취소할까 말까하는 기로까지 갔었습니다.
이후에도 황당한 일들 때문에 수십번의 전화를 더 했었습니다... .
혹시, 당신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집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병행하거나 합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려 한다면 분명, 엄청난 인내심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인터넷 영화 예매 사이트 처럼 영화관 정보와 대행사이트 정보가 잘 맞물린 경우를 찾아보기는 정말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진득하게 와닿는 것 처럼- 서비스의 불편을 토로할라 치면 A/S 업무시간이 종료된 때일지 모릅니다.
어떤 시스템의 이용을 위해 그것에 접근했다면 당신은 그것이 친숙한 환경과 사용방법 그리고 납득되는 체계로 동작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최소한으로 낮춰놓으셔야 합니다. 또한,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로 성격이 바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