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시대다. 굳이 제목을 붙여야지만 인지될 수 있는 시대인가 싶지만 누군가는 저리 규정해야지만 '상황판단'과 '분석'이 가능한가보다 생각하면서 IOT와 '요즘'의 트랜드를 엮어 스리슬쩍 생각을 정리해 본다.
0. 존재한다.
+ 요즘 기계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던 자동차, 밥솥, 청소기, 에어컨 그리고 냉장고 따위들이 뇌(CPU)를 가지기 시작했다. '자각'의 단계는 좀 멀어 보이지만 PC가 가지고 있던 정체성을 가져다가 본인의 정체성에 덧씌우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일을 더욱 똑똑하게 해낸다. 밥솥은 요리를 추천하고 청소기는 스스로 방구석을 돌아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인다. 냉장고도 요리를 추천하거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장고 안의 상황을 인지한다. 자동차는 앞차와의 간격과 차선을 스스로 유지한다. 머지않아 마트의 모든 상품 포장에는 자신의 가격과 이름, 종류, 무게, 유통기한 그리고 고유번호등을 무선으로 알리는 바코드를 대체할 자그마한 칲들이 내장될 것이다. 이로인해 상품들을 카트에 넣고 계산대를 지나는 순간 모든 상품의 가격이 한번에 계산될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거나 역할을 하기 위해 장기간이든, 단기간이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뇌(CPU)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 요즘 인터넷에서는 컨텐츠가 많아졌다. 개인의 생각이나 그를 반영한 창조물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좋게 얘기하면 공유이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자랑질'이다. 여튼,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또한,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올리면서 존재감과 자신의 생각을 알린다.
1. 대화한다.
+ 카트에 담긴 물건들이 계산대와 대화한 것 처럼 냉장고에 담기면서 그와 대화할 것이다. 그로인해 냉장고는 유통기한에 근접한 음식물의 종류와 위치를 표시할 것이다. 어쩌면 더운날 깜빡하고 테이블에 방치한 아이스크림의 포장지가 냉장고와 대화하고 냉장고는 아이스크림의 위급(?)상황을 알릴지 모른다.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와 대화할 수 있다. 차간의 간격과 자신의 속도 그리고 또 앞차와의 간격과 그의 속도를 주고받아 급정거에 대비할 것이다. 사거리에서는 자동차와 신호등이 대화하고 주차장에서는 바리게이트와 대화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눈에는 그저 '배경'이었던 시설과 기계들은 더욱더 존재감을 감추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다른 기계들에게 드러내고 대화하게 된다.
!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를 위한 인프라와 장치들 그리고 산업들이 엄청나게 생겨났다. 대화하기 위해 커피숖을 찾고 광장을 찾고 채팅방을 만든다. 다시말해 소통을 위한 스킬과 기술 그리고 인프라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인 것이다. 소통 할 수 있는 환경과 소통 할 줄 아는 사람이 각광 받는다. 자세히 얘기하자면, 자동차 만들던 엔지니어들은 이제 네비게이션 만드는 프로그래머와 대화를 해야한다. 마찬가지로 냉장고 만들던 기술자들은 포장업체 사람과 대화를 시도해야 하고 청소기 만들던 기술자들은 건축가들과 대화를 해야하는 때다. 기계와 기계를 잘 소통시키려면 사람과 사람이 먼저 소통해야 한다. 글 못쓰고 어눌한 말투를 가지면서 뒤쳐지는 패션으로 사회가 아닌 기계랑만 소통하던 (먼옛날 나같은??) 공돌이들은 이제 다른 분야의 기계를 다루는 공돌이 혹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기술을 읽어 낼 수 없고, 연계할 수 없으며 사람이 바라는 쉽고 감성적이며 정말로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수도 없는 것이다.
2. 기록한다.
+ 바리게이트를 지나간 자동차들을 기록한다. 골목길을 지나간 사람들의 모습을 녹화한다. 빌딩에 들어가고 나간 사람들을 기록한다. 냉장고에 들어오고 나가는 음식물들을 기록하고 즐겨보는 TV채널들을 기록한다. 내가 들렀던 맛집, 여행지 기타 장소들을 기록하고 자주 찾는 영화관과 관람한 영화를 기록한다. 기계들은 계속해서 기록한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그러한 데이타들이 쌓일 공간은 기술의 발달덕에 가격이 싸졌고 또 충분하다. 어떤 목적을 위해 데이터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또다른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찾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데이터를 기록한다.
! 목적이 뚜렷하지 않거나 목표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기록한다. 들렀던 장소와 맛있게 먹은 음식을 사진 찍는다. 언제 다시 들를지 모를 여행지를 사진에 담기도 한다. 혹은, 택배 기사로 부터 주문한 제품을 받으면서 물건의 포장을 뜯기까지의 행동과 상황들을 기록하고 사진찍는다. 먹기 위해 음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 음식을 완성하기까지 요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전문가가 전문분야를 얘기하는 것 보다 비전문가가 누군가의 전문분야를 시도해 실패했거나 성공한 과정이 더 흥미있다. 기록을 통해 인지 할 수 있는 '과정'의 중요성을 안다. 누군가 해 놓은 것, 만들어진 것은 관심 없다. 어떻게 만드는 지가 궁금한 것이다.
3. 분석한다.
+ 기계는 모은 데이터를 분석한다.
! 사람은 분석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얻거나 아이템을 생각해 내는 등 이용할 거리를 찾는다. 가장 큰 이슈거리이다. 기계로 인한 삶이 편해질 수록, 기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더욱더 그들의 정체성을 발전시킬 수록 우리는 우리의 뇌를 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분석의 핵심을 그들에게 맡길수록 사람은 바보가 되어가고 분석된 정보를 접하는 이들과 기계만 '생각'하게 된다.
가령-
0. 페북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만들고 친구들을 더 찾거나 더 큰 자랑질을 위해 내 정보들을 하나 둘 입력한다. - 존재한다.
1. 내 일상, 생각 혹은 기타 자랑거리들을 업로드 하고 댓글을 달고 댓글의 댓글을 단다 - 대화한다.
2. 들렀던 장소, 맛집, 먹었던 음식, 느낀 감정 들을 올린다 - 기록한다.
3. 페북은 위 사람의 지인관계, 관심거리, 장소를 분석하여 실제 세상에서의 행동패턴과 관심에 근접한 맞춤 광고를 제공하여 실구매에 이르게 한다. - 분석된다.
분석을 하지 않고 '분석됨'으로써 우린 '분석하고 생각'하는 것들에 의해 더욱 더 소비하고 생각을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 묻는다. 이와 같은 현상, 변화, 헤게모니는 하루이틀일이 아닌 듯 하다.
생각은 '왕'이 하고 신하된 자들은 따르기만 해야하는게 맞는 세상이 있었다.
여전히, 힘을 가진자가 '왕'이라면- 정보를 수집하는 인프라와 그의 분석을 위한 인프라를 쥔 자들이 '왕'이 아닐까?
또 한번 '결론'을 내어놔야 하는 상황에서 도망쳐 본다.
이와 같은 IOT라는 키워드, 트랜드, 현상이 우리에게 실보다 득을 안겨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그저 따라가고 기록하고 내어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게-
'왕'을 위한 인프라를 만들고 있을지 모를 우리 '공돌이'들의 의무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대놓고 원자폭탄이나 원자력 발전소, 사형대 의자는 아니지만-
직업윤리에 비춰볼만한 충분한 이슈거리라고 휘갈겨 본다.
There's a war out there, old friend. A world war. And it's not about who's got the most bullets. It's about who controls the information. What we see and hear, how we work, what we think... it's all about the information!
- 영화 '스니커즈'(1992) 대사 중
참고:
1. '당신을 위해 똑똑해 지는 것들은 결국 당신을 위하지 않는다'
http://www.slideshare.net/airpage/ss-15732639
2. '화려한 서비스에 홀려 발가벗겨지다'
* 이글은 주인의 브런치에 동일하게 실려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gunman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