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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꿍시렁

미래와의 전쟁

부지런하게 SNS를 위한 사진을 찍고 밥보다 더 많이 커피를 즐기는 취향 같은 표면을 보며 허세와 한심함을 이야기한다. 무슨 의미가 생기고 어떤 밥벌이가 생길지 모르는 연예인을 향한 덕질이나 이해 힘든 그들만의 행사와 어울리기 문화는 시간 낭비 그 자체다.

"저럴 시간에 자거나 영어 단어라도 하나 더 외울 것이지."


그냥 이렇게 이 시대의 젊음을 평가하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늘 그랬다. 늘 마음에 안 들었다. 유사 이래로 젊음은, 청년은 늘 미래와의 전쟁을 치루어야 했다. 저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싸우거나 또는 소위 '어른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이해되지 않는 철학과 싸우거나 타협해야 한다.


여전한 '지식의 강요'로부터 말이다.

 

Photo by Armand Khoury on Unsplash

 

다음 세대가 전 세대보다 더 많은 지식을 더 빨리 얻게 되는 첫 세상이라고 한다. 삶의 경험에서 얻는 지혜와 지식은 더딜 수 있겠지만 더 많이 똑똑한데 더 치열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을, 삶을 행복하게 누릴 시간에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를 자격증과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의 지식에 대한 강요로 시간을, '똑똑함'을 허비하게 만든다. 그 같은 것들로 서로 경쟁하고 사다리를 걷어차게 만드는 시스템을 견고하게 유지한다.


학교나 학원이나 어른이나 산골짝에 숨어 있는 은둔 고수로부터만 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유튜브와 인스타,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과 네이버로부터 필요할 때마다 얻는다.


그런 그들에게 강요한다. 구석기시대의 돌 쪼가리가 언제 어디서 먼저 발견되었는지를 지금 당장 알아야지만 사회 구성원에 들 자격이 되고, 그와 같은 자격을 얻어야지 사람 구실 하는 거라고. 그의 인성이, 그의 본질이, 그의 취향이, 그의 행복이 시궁창에 있더라도.

 

Photo by Ethan Johnson on Unsplash

이전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젊음도 치열하다. 더 치열하다. 이제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 아주 일찍부터 계획해야 하고, 계획을 이루기 위해 경쟁한다. 그 경쟁의 중심에 이 같은 '지식의 강요'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자격 검정' 시스템은 어떤 세대를 길러내려 하는 것일까? 2023년 수능 문제를 보면서, 학교가 바라는 '자격'을 보면서 느낀다. 혹시, 어쩌면...


처음부터 내가 바라는 지식을 알고 있고, 필요하면 알아서 찾아주고, 함께 없을 때에도 바라는 지식과 체력을 보충하며 자기 계발하는 이.


로봇이다.


로봇의 세상이 오면 로봇의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니라 또다시 로봇과 경쟁하도록 만드는 시스템으로 느껴진다.


슬프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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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 집구석 주인장의 브런치에도 동시에 게재됩니다.